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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수면장애

잠들지 못하는 아이,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

매일 밤, 아이를 재우는 일은 어느 순간부터 전쟁처럼 느껴졌습니다. 
불을 끄자마자 “엄마, 나 무서워”, 조금 누웠다 싶으면 “엄마, 화장실”, 잠든 줄 알았는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깨어나 “같이 자자”는 말의 반복. 처음엔 잠버릇이 심한가 했고, 낮에 많이 활동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아이의 손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는 걸 발견하고 이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수면장애,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불안과 긴장, 그리고 미처 풀지 못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수면장애, 행동이 아니라 마음의 신호

‘수면장애’라는 말은 어쩐지 멀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 아이들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잠들기까지 한참 걸리는 아이

- 자다 자주 깨는 아이

- 혼자 자는 걸 유독 두려워하는 아이

- 밤에 악몽이나 야경증으로 깨는 아이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

 

이러한 증상은 단순히 수면 습관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 불안, 정서적 긴장, 감정 표현의 부족 등 아이 마음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밤이 되면 더 불안해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낮 동안 쌓였던 감정과 생각이 밤에 터지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다양한 활동, 자극, 대화 속에 묻혀 있던 감정들이 조용하고 어두운 밤이 되면 혼자 마주하게 되는 순간 두려움으로, 불안으로, 뒤척임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면 루틴의 시작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처음엔 규칙적인 시간, 전자기기 차단, 어두운 조명, 따뜻한 물로 씻기 등 일반적인 수면 습관부터 점검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도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아이 마음의 상태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오늘 어땠어?” 하루 감정 털어놓기

잠자기 전 10분, 불을 끄기 전 아이와 함께 누워서 “오늘 제일 좋았던 일 하나, 속상했던 일 하나”를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아이의 하루를 감정 단위로 풀어주는 이 시간이 불안을 줄이고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대답을 잘 안 하던 아이가 며칠 후엔 “오늘 ○○가 나랑 안 놀았어”라고 속마음을 꺼냈고 그 순간,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만의 ‘마음 기댈 물건’ 만들기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물건’을 하나 만들어줬습니다. 작은 인형, 쿠션  또는 함께 만든 나만의 수면카드. 
“이건 네가 무서울 때 꼭 안아도 되는 마법 쿠션이야”라고 설명해주니 자다가 깼을 때도 울기보다는 그 인형을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정을 맡기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감정 도구였습니다.

 나의 표정과 목소리 톤 점검하기

무심코 “빨리 자!”, “왜 또 깼어?”라는 말로 아이의 불안을 더 자극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말투, 표정, 눈빛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안전’ 또는 ‘위험’의 신호가 됩니다.

그래서 그날 따라 잠을 못 자는 날엔 “오늘은 무슨 걱정이 있었을까?”, “엄마가 옆에 있어줄게” 단 몇 마디라도, 차분하고 따뜻한 말로 바꾸자 아이의 심박수처럼 숨결도, 움직임도, 불안도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도 말하는 ‘불안의 얼굴’, 수면장애

소아정신과나 아동심리상담 전문가들도 아이의 수면장애를 단지 행동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표현하는 얼굴 중 하나’로 봅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연령의 아이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불안한 마음을 몸으로,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 야경증: 깊은 잠에서 갑자기 울거나 소리치는 반응.
이는 낮 동안 강한 불안이나 충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몽유병: 잠든 상태에서 움직이는 현상으로 역시 심리적 긴장,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밤중 자주 깨는 경우: 수면 중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수면 사이클이 끊기기 쉽습니다.

이렇듯 수면장애는 마음의 언어이며, 그 마음을 해석하고 다독일 수 있어야 진짜 해결이 가능합니다.

 


 

아이에게 수면은 단지 몸의 휴식이 아니라 마음이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불편하고 뒤척이는 시간이라면, 아이 마음 어딘가에도 불편한 무엇인가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수면장애를 단지 ‘버릇’, ‘성격’, ‘그냥 예민함’으로 넘기기보다는 불안을 마주하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시선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불안을 이해해주고, 감정의 언어를 만들어주는 순간 잠들기까지의 시간은 더 짧아지고, 아이의 하루는 더 단단해지고 안정적으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수면의 질은, 아이의 마음이 하루를 얼마나 평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결과표입니다.

오늘 밤,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오늘 마음은 어땠어?” 이 말 한마디가, 아이의 불안을 안심으로 바꾸는 가장 따뜻한 수면 습관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