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좀 자자, 제발…” 매일 밤 반복되는 이 한마디는 어느새 저희 가족의 일상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잠들기 전 꼭 한바탕 소리치며 울고, 안아서 등을 두드리거나 손을 꼭 잡아줘야만 겨우 눈을 감았습니다.
자리에 누워도 1시간 넘게 뒤척이고, 겨우 잠이 들어도 새벽이면 또 깨서 울면서 저를 찾곤 했죠.
처음엔 단순한 수면 습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낮잠을 너무 오래 자서 그런가?’, ‘밤에 놀아서 그런가? ’
생활 패턴을 바꾸고, 수면 루틴도 만들어봤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상했던 건, 아이의 수면 문제와 함께 낮에도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친구와 자주 다투고, 사소한 일에도 크게 울며, 늘 “무서워”, “혼자 있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던 아이.
그때 저는 단순히 잠 문제가 아니라 마음속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소아정신과, 생각보다 따뜻했던 첫 방문
‘소아정신과’라는 단어는 처음엔 낯설고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정신과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혹시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고,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후회보단 확인이 낫겠다는 마음으로 근처에 있는 소아정신과를 예약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니, 대기실은 따뜻한 조명과 장난감으로 채워져 있었고 상담실은 아이가 긴장하지 않도록 배려된 공간이었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아이도 처음엔 낯설어 하다가 점차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상담을 받았고, 아이의 수면 습관, 기질, 정서 상태, 가정 환경 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다음 아이 혼자 놀이치료실에 들어가서 그림 그리기, 역할놀이, 블록 쌓기 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아이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지 못한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의 긴장과 불안은 수면장애의 진짜 원인
몇 차례의 상담이 지나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는 늘 뭔가에 긴장하고 있어요. 낮에도 긴장을 많이 하기때문에, 그 여운이 밤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특히 잠이라는 건, 아이에게는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조금의 불안만 있어도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깹니다.” 아이의 수면장애는 단순히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감정 조절 미숙, 분리불안, 낮의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수면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제야 왜 아무리 일찍 재우려 해도 안 되었는지, 왜 자다가 깨서 겁에 질려 우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면 문제는 표면에 드러난 결과였고, 그 안에는 마음 깊은 곳의 긴장과 불안이 원인으로 숨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원인을 파악하고 나자, 단지 수면 루틴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수면 개선의 실마리와 상담 이후의 변화
총 6회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는 점차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울거나 소리를 지르던 아이가, 이제는 “지금 속상해”라고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상담 선생님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정 공감 대화법, 수면 전 안정 루틴, 분리불안을 줄이는 놀이법 등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자기 전 불안해할 때 “무섭지 않아, 엄마는 여기 있어”라는 말보다 “오늘 무서운 일이 있었어? 어떤 기분이야?”라고 묻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이에게 감정이 이해받는 경험을 주자, 자연스럽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면서 수면의 질도 조금씩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한 수면패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아이 스스로 잠자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변화였습니다.
소아정신과 상담을 다녀온 후 많은 부모들이 “정신과 갈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소아정신과 상담은 어릴수록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성인처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행동과 몸으로 표현할 뿐입니다. 특히 수면장애라는 문제는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단순히 ‘버릇’으로 치부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 안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진짜 해결의 시작입니다. 소아정신과는 치료라기보다 ‘이해의 과정’입니다. 상담을 통해 아이는 마음의 언어를 배우고, 부모는 아이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잠 못 자는 밤, 아이와 함께 힘들어하는 모든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첫 걸음에서부터 모든 변화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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