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수면장애

수면장애가 자폐 스펙트럼의 신호가 될까?

info0102-1 2025. 7. 25. 21:25

수면장애가 자폐 스펙트럼의 신호일까

 

“아이가 잠을 너무 늦게 자요.” , “새벽에 여러 번 깨서 저도 잠을 못 자요.” , “자는 중에도 계속 뒤척이거나 울어요.” 이런 고민은 대부분의 부모님이 한 번쯤 겪는 일입니다. 그런데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단순한 ‘수면 습관 문제’가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여러 연구에서, 수면장애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에게서 매우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진단 이전에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린이 수면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의 연관성, 그리고 부모가 눈여겨봐야 할 초기 신호에 대해 정리해 드립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는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행동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신경 발달 장애입니다.

 주요 특징

 - 말이 늦거나 반복적인 언어 사용

 - 특정 행동, 관심사에 집착

 - 감각에 과민하거나 둔감함

 -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에 불안해함

 - 눈 맞춤이나 상호작용이 적음

 

이런 특징들은 1~3세 사이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초기에는 수면 문제나 감각 예민성으로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수면 문제, 얼마나 흔할까?

자폐 스펙트럼 아동 중 50~80% 이상이 수면장애를 겪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일반 발달 아동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대표적인 수면 문제 유형

 -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림

 - 자다가 2번 이상 깸

 - 새벽에 과도하게 일찍 깸

 - 하루 수면 총량이 매우 적음

 - 낮잠을 자도 회복이 안 됨

 

이러한 문제는 아이 본인에게도 고통이지만, 부모의 육아 피로, 스트레스,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져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자폐 아동은 왜 수면장애를 겪는 걸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의 뇌는 자극을 처리하고 반응하는 방식이 일반 아동과 다릅니다. 그로 인해 수면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다양합니다.

 - 멜라토닌 생성 이상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입니다. 자폐 아동은 멜라토닌 분비가 적거나 리듬이 맞지 않아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 감각 예민성

시계 초침 소리, 침구 질감, 조명, 외부 소음 등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수면이 방해됩니다.

 - 불안감과 고정된 행동 패턴

낯선 환경이나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 등은 심리적 불안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수면 거부나 각성이 심해집니다.

 - 수면 루틴 형성의 어려움

자폐 아동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형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면장애가 자폐의 조기 신호일 수 있는 이유

부모가 자폐 스펙트럼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잠을 못 자는 아이의 반복 행동과 감정 기복입니다.

예를 들어,

 

 - 자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깸

 - 스스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극심하게 거부

 - 수면 전 정해진 순서나 사물이 없으면 불안해함

 - 새벽에 일어나 특정 동작을 반복함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불면이나 야경증이 아니라, 특정 패턴을 유지하려는 강박적 성향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면 패턴에 문제가 지속된다면, 단순히 “예민하다”, “성격이다”라고 넘기기보다는 발달 전반에 대한 평가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수면 관련 행동이 6개월 이상 반복된다면, 자폐 스펙트럼 초기 징후로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전문 상담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잠자기 전에 특정 순서를 반복적으로 고집한다

 - 수면 시간에 비해 낮 동안 지속적인 피로감, 졸림

 - 소리에 민감해 자주 깬다 (예: 문 여는 소리, TV 볼륨 등)

 - 잠들기 전 불안한 표정, 상동 행동(같은 말·동작 반복)

 - 혼자 자는 것을 심하게 거부하며 극도의 분리불안 호소

 - 낮잠을 자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짜증 내거나 충동 조절 실패

 

이러한 행동은 단독으로는 자폐의 기준이 되지 않지만, 언어 발달 지연, 사회적 반응 부족 등과 함께 나타난다면 보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수면장애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6가지 실천법

설령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면 환경 개선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취침 루틴 시각화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는 시각적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으므로, 그림 카드나 순서표를 활용한 취침 준비 과정을 만들어 주세요. (예: 양치 → 책 읽기 → 인사하기 → 불 끄기)

 - 조명과 소리 조절

침실 조명은 따뜻한 간접등으로 유지하고, 백색소음이나 편안한 음악을 활용하면 정서 안정에 도움됩니다.

 - 감각 자극 조절

이불의 질감, 옷의 재질, 매트리스의 탄력 등을 아이에게 맞게 조절해 촉각 자극을 최소화하세요.

 - 일정한 수면, 기상 시간 유지

주말과 평일 관계없이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세요. 생체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카페인, 자극적 음식 피하기

초콜릿, 탄산음료, 밀크티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는 오후 3시 이후 섭취를 금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낮 동안의 활동량 확보

낮에 충분한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밤에 잠들기 어렵고 뒤척임이 많아집니다. 실외 산책, 균형 있는 운동을 하루 1시간 이상 권장합니다. 

 

언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할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소아정신과, 소아과, 발달클리닉 등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 수면 문제와 함께 사회성·언어 발달 지연이 관찰됨

 - 강박 행동, 상동행동이 수면 전후에 자주 반복됨

 - 수면 부족으로 낮에도 극단적인 감정기복이나 공격성을 보임

 - 보호자의 지도가 거의 통하지 않거나, 루틴 고집이 강함

 - 2세 이후에도 야간 각성 및 수면 거부가 지속됨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자폐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빠른 관찰과 중재는 아이의 발달을 돕는 중요한 예방 조치입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아이의 두뇌가 성장하고 감정이 회복되는 시간입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잠을 잘 못 자고,
그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이나 이상 행동이 동반된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발달 점검 요청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쯤이야…” 하고 가볍게 넘기기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한 번 더 들여다보세요.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조기 개입의 기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