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수면장애

양육자, 부모의 수면 상태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info0102-1 2025. 7. 16. 11:00

부모의 수면 상태와 아이와 관계

 

아이의 수면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밤마다 아이가 뒤척여요”, “조금만 소리가 나도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해요”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대화 끝에는 종종 이런 말이 따라붙습니다. “사실 저도 요즘 잠을 잘 못 자요.” 

놀랍게도, 아이의 수면 문제는 부모의 수면 습관과 매우 깊은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아이의 수면 습관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양육자인 부모 자신의 수면 상태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피로를 풀기 위한 숙면이 아니라, 부모가 심리적·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양육을 해야 아이 역시 건강한 수면 리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양육자의 수면 부족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면 상태가 정서와 행동, 수면 루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면을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해드립니다.


양육자의 수면 부족, 아이 정서에 스며든다

수면은 단순한 피로 해소가 아닌 정서적 회복의 핵심 활동입니다. 부모가 수면 부족 상태일 때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어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짜증을 내거나 불안 반응이 커집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육아 태도와 언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평소보다 날카롭게 반응하거나, 아이가 자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충분히 인내하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리기보다 강압적으로 재우려 들거나, 아이가 새벽에 깨면 짜증 섞인 말투로 대응하는 경우 등은 모두 부모의 수면 부족이 초래하는 부작용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미세한 정서적 분위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모의 불안한 표정, 피곤한 기색, 짜증 섞인 말투 하나가 아이에게 “잠드는 건 어려운 일”,  “엄마(아빠)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라는 부정적 수면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더 쉽게 불안감을 느끼고, 밤에도 부모의 기류에 영향을 받아 자주 깨어나게 됩니다.

 

수면 습관은 아이가 따라 배운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힙니다. 특히 수면 습관과 관련해서는 말로 설명하거나 교육하는 것보다 부모의 일상적 루틴과 태도 자체가 학습 모델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다가 자는 모습을 자주 보면 아이는 "자기 전에 기기를 보는 게 당연하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규칙적인 취침 시간 없이 매일 다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 역시 수면 루틴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부모의 수면 위생이 곧 아이의 수면 위생이 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수면 연구에서도 양육자가 안정적인 수면 리듬을 갖고 있을 경우 아이의 입면 시간, 수면 지속 시간, 자주 깨는 빈도 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반면 부모의 야간 수면이 불안정하거나 불면증, 야간각성 등이 있을 경우 아이에게도 유사한 수면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함께 자는 밤, 함께 깨는 밤

수면 공유(Co-sleeping)를 하는 가정에서는 양육자의 수면 상태가 아이의 수면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부모가 야간에 자주 뒤척이거나 깨면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도 쉽게 깨어나게 됩니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수면 리듬이 성인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는 자세, 몸의 움직임, 기침, 스마트폰 불빛 하나에도 아이의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잠자리를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아이가 잠들었을 때와 깼을 때의 상황이 다르면 아이의 수면 안정감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는 깊은 수면 상태로 진입하지 못하고 밤새 수차례 자주 깨거나, 부모를 찾아 우는 습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아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회복하는 수면 전략

양육자가 수면을 회복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수면 리듬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모 먼저 ‘수면 루틴’을 갖기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수면 전 자극을 줄이는 루틴을 실천해 보세요.
아이와 함께하는 조용한 독서, 미지근한 샤워, 조도 낮추기 등이 좋습니다.

 -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부모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수록 아이에게도 ‘잠들기 전엔 기기를 봐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아이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끄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 수면 공간 정리하기

같은 방을 쓰는 경우, 부모의 기침, 뒤척임, 기기 사용 등 사소한 행동이 아이의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용하고 안정된 수면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 낮 동안의 스트레스 관리

부모의 정서적 스트레스는 수면에 직결됩니다. 적절한 육아 쉼표, 산책, 음악 듣기, 간단한 명상 등을 통해 감정을 누적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부모도 잘 자야 한다’는 인식 전환

아이 수면이 우선이지만, 부모의 수면 회복이 곧 아이 수면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양육자는 헌신하지만, 기초 체력이 무너지면 아무 것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잠을 못 자니, 아이도 못 자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들이 수면 상담 중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현실입니다. 아이의 수면은 부모의 수면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일관된 루틴과 정서적 안정 속에서 수면을 잘 취하면 아이도 덜 불안해하고, 더 쉽게 깊은 수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수면 교육과 루틴 만들기 이전에 부모가 먼저 “나는 잘 자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진짜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잠은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부모도 아이도 평화롭게, 회복적으로, 함께 쉬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오늘 밤부터 천천히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