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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수면장애

아이 수면패턴, 계절 따라 달라진다

많은 부모들이 “여름엔 잠을 더 늦게 자요”, “겨울엔 새벽에 자주 깨요”라는 말을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면 패턴에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단순히 ‘일시적인 예민함’으로 치부하기엔, 그 안에 숨겨진 생리학적, 환경적 이유가 존재합니다. 아이의 수면은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온 변화, 일조량, 낮과 밤의 길이 같은 자연의 주기가 아이의 생체 리듬(서카디안 리듬)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인보다 수면-각성 조절 시스템이 미숙한 어린아이일수록 계절성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절에 따른 수면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어떤 계절에 어떤 수면 문제가 흔한지, 그리고 계절별로 아이 수면 환경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리해봅니다.


아이 수면패턴, 계절과 연관

 

빛이 수면을 좌우한다, 일조량과 멜라토닌의 관계

 

수면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 속 호르몬 작용의 결과입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입니다.
멜라토닌은 햇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면 분비되어 몸을 졸리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분비리듬은 ‘서카디안 리듬’이라 불리는 생체 시계에 따라 조절됩니다. 문제는 계절에 따라 햇빛의 양과 주기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 여름: 늦게 지는 해, 느린 멜라토닌 분비

여름철에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아직 밖이 환한데 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로 인해 아이의 멜라토닌 분비가 지연되어 입면이 늦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만 4세 이상 유아는 낮잠 없이 밤잠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겨울: 해가 짧고 일찍 지는 계절

겨울에는 일찍 어두워지고 아침에도 늦게 해가 뜨는 탓에 멜라토닌 분비가 길게 이어지며 아침 각성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체 피로감이 적어져,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현상도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일조량의 변화는 아이의 수면 시각과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연광에 노출되는 시간과 시점이 달라지면
아이의 몸은 스스로 “지금은 잘 시간이다”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적정 수면 환경’은 계절마다 다르다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큰 요소는 수면 환경의 온도와 습도입니다. 아이들은 체온 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미숙하기 때문에 주변 온도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의 수면 환경을 미세하게 조정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여름: 더위로 인한 얕은 수면과 뒤척임

여름밤은 고온다습합니다. 실내 온도가 26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아이의 체온 조절에 무리가 생기고, 이로 인해 땀을 흘리며 자주 깨거나 뒤척이게 됩니다. 특히 수면 초반에 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가야 깊은 잠에 들 수 있는데, 실내 온도가 높으면 이 과정이 방해되어 수면 단계가 얕아지는 것입니다.

 - 겨울: 과도한 난방과 건조함

겨울철엔 난방기 사용으로 인해 실내가 과도하게 따뜻하거나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코막힘이나 기침으로 자주 깨게 됩니다. 또한 이불을 두껍게 덮고 자는 경우, 체온이 과하게 올라가 잠에서 깨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권장 수면 환경>:

  • 온도: 20~22도
  • 습도: 40~60%
  • 환기: 하루 최소 2회, 10분 이상 자연 환기
  • 침구: 계절에 맞는 가볍고 통기성 좋은 소재

계절별로 주의할 수면 패턴 변화 유형

아이마다 다르지만, 계절마다 다음과 같은 수면 변화 경향이 관찰됩니다.

 - 봄

일조량 증가로 활력이 늘어나며, 낮잠을 줄이기 좋은 시기, 갑작스런 활동량 증가로 과흥분 상태 → 입면 어려움 주의

 - 여름

늦은 일몰로 수면 시간이 늦어짐,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 기구 사용 주의, 늦은 외출, 불규칙한 생활 리듬에 따른 불면 증상 발생

 - 가을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는 계절, 감기·비염 증상과 연계된 수면 방해 증가, 학교 및 유치원 생활 변화로 심리적 긴장도 높아짐

 - 겨울

햇빛 부족으로 멜라토닌 과다 분비, 아침 기상 어려움 및 기분 저하(계절성 우울), 실내 활동 많아져 운동 부족 → 야간 에너지 발산 어려움 

 

이러한 패턴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 아이 수면 문제를 환경적 원인으로 접근해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계절 변화에 맞춘 수면 환경 조절 방법

아이의 수면 환경을 계절에 맞춰 조절하면 수면장애 예방과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계절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입니다.

 - 봄·가을

침구류를 한층 가볍게 조정, 이불 속 공기 흐름 확보, 황사나 미세먼지 대비, 창문 필터나 공기청정기 활용

 - 여름

방안 전체를 시원하게 유지하기보다 잠자리 근처만 은은하게 냉방 유지 (24~26도), 낮 시간 햇빛 노출 시간 확보: 실내에서라도 자연광 받기, 샤워는 자기 1시간 전, 체온 조절을 돕는 방식으로

 - 겨울

난방은 20~22도 유지, 지나친 과열 방지, 가습기 혹은 젖은 수건 활용해 습도 유지, 아이가 덮는 이불은 무게보단 보온성 중심으로 선택


아이의 수면은 단지 ‘재우기 스킬’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계절과 환경이라는 자연 리듬 속에서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결과입니다. 수면이 흔들릴 때, 아이가 이상하다고만 느끼기보다 “지금 날씨나 계절이 아이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한 번쯤 떠올려보세요. 수면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계절과 함께 흘러가며 변화하는 생체 리듬의 일부입니다. 그 흐름에 맞춰 환경을 조정하고, 아이의 신호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계절이 바뀌어도 아이의 밤은 더 평온해질 수 있습니다.